132개 전문대 기획처장 다 모였다…교육부·지자체와 ‘라이즈’ 대응 전략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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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도입 과정에서 전문대가 지자체별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전문대 특화 프로젝트 모형’이 담긴 안내서를 이르면 이달 중 전국 지자체에 배포한다. 라이즈(RISE) 시범지역을 뺀 나머지 시·도 지자체에서도 이달까지 교육부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이번 안내서가 지역별로 전문대 정책 수립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성근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장은 7일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연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한 ‘2024년도 전문대학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 라이즈 전환 과정에서 위기를 걱정하는 전문대가 많지만, 반대로 이는 전문대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 지자체는 결국 지역대학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때 지역 정주율, 중소기업 취업률 등 측면에서 일반대보다 우위에 있는 전문대가 이를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라이즈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대학 지원 체계로, 이제까지 교육부(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행정·재정적 대학지원 권한을 지자체(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5년부터 전국에 라이즈를 본격 도입하고, 이에 앞서 현재 7개 시·도를 지정해 해당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이에 따라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수직적 대학 정책 설계·지원 체제로부터 탈피해, 지역 중심의 자율적 대학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자체의 대학 행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 한계로 거점국립대·대형사립대, 첨단산업·연구개발(R&D) 위주로 지원이 쏠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소규모 사립대나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는 정책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성근 과장은 이에 대해 “교육부에서 이르면 올해 연말 전까지 전국 지자체에 라이즈 안내서를 배포할 계획”이라며 “라이즈 내에서 전문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 모형들이 해당 안내서에 충실히 담겼다. 그간 라이즈 도입과 관련해 ‘지자체가 전문대를 모른다’는 현장의 우려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대와 비교했을 때 전문대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영역, 전문대여서 할 수 있는 영역, 전문대니까 맡길 수 있는 영역 등을, 예컨대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등 분야에서 전문대 강점·역할을 안내서에 담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며 “교육부에서도 안내서와 여기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라이즈’ 등 정책·현안 논의, 전국 132개교 전문대 기획처장 다 모였다 = 이날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에서는 전국 132개교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이 참석한 ‘2023년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연찬회’가 열렸다.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는 전국 132개교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이 모인 협의체로, 정부에서 대학 정책을 설계하거나 예산지원·재정사업 방안을 마련할 때 현장 의견수렴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날 연찬회에는 성오현 회장(대경대 부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우병훈 전주비전대 총장,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주필 겸 편집인, 김동욱 구미대 기획부총장 등 협의회 임원·고문 등을 포함해 전국 132개교 전문대 기획실·처장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방송통신대,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등을 비롯해 라이즈를 시범 운영 중인 전라남도에서도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선 라이즈·글로컬대학30 등 정부의 대학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전문대 경쟁력·역할론을 부각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관계자들과 학계·교육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또한 지자체별 정책 도입 과정에서 고등직업교육 지원방안 마련 시 전문대의 수렴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했다.
성오현 회장(대경대 부총장)은 “대학이 새로운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고등·평생직업교육 혁신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다만 일반대·전문대 간 설립목적과 인재 양성 분야, 규모 등이 상이한데도 불구하고 당국은 ‘글로컬대학 선정과 라이즈에서의 전문대 배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을 대신해 ‘왜?’라고 질문하고 싶다”며 “일반대 진학자에 비해 취약계층이 많은 전문대 현실에서 사회적 안전망 구축, 계층 사다리를 만들어야 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전문대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은 이날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지역사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문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인 학습자 평생교육과 산업체 재직자 재교육 등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강점을 가지는 동시에 지역특화 인재 정주와 산업체 맞춤형 외국인 유학생 유치 측면에서도 전문대가 긍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오현 회장은 “‘한국 대학생들의 사회이동 성적표’라는 논문을 보면 전문대학이 사회이동 사다리 역할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전문대 졸업생은 지방 일반대 중하위권(40위권 이하) 졸업생보다 소득계층 상승 이동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위 소득 40% 학생이 입학해 졸업 후엔 상위 소득 40%로 올라가는 확률에서 전문대가 더 높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대는 취업에 특화한 현장 교육과 지·산·학이 협력해 맞춤형 인력을 조기에 공급하는 등 지역 밀착형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며 “지방소멸 위기에 전문대 졸업생들의 지역 정주율이 일반대보다 약 10%포인트 높다는 점에서 지방소멸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위기보단 ‘기회 창출’ 지향하는 2024년 ‘다짐’ = 연찬회 참석자들은 이날 오는 2024년 정부 추진 정책에 대응해 교육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각오를 다졌다. 또한 교육부·지자체·전문대·산업체 간 다양한 협업 기회를 창출하고,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도 뜻을 함께했다.
교육부에서도 정부 정책과 전문대 간 유기적 협조 체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 더욱 실효성 있는 전문대 생태계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교육부가 내년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신산업 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사업’ ‘라이즈·글로컬대학30’ 등에서 일부 변화를 예고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대의 전략 추진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장은 내년도 전문대 정책 추진 방향을 안내하면서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 인센티브 등을 상향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올릴지는 미정이지만 내년 사업 기본계획 발표 전까지 확정해 안내할 것”이라며 “연차평가에서 ‘교육혁신’ 항목으로 30점을 배점했다. 일반대에선 이미 있었던 항목으로서, 내년부턴 전문대도 이에 대해 평가하니 참고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산업 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도 내년에 ‘고도화형’과 ‘폴리텍대연계형’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특히 폴리텍대연계형은 그간 전문대·폴리텍대가 실습 기자재, 자격증 과정 등에서 연계·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공동 설계할 수 있도록 신설한 것이다.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계획을 확정해 안내하겠다”고 했다.
글로컬대30과 관련해서도 그는 “올해 단독형으로 지정받은 전문대가 없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전문대 신청·지원율 자체가 매우 적었다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며 “일반대는 전체 97개교 중 89개교(92%)가 지원했지만, 전문대는 69개교 중 19개교(28%) 신청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내년 지정평가를 위해 올해보단 훨씬 많은 전문대가 준비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19개교보다 훨씬 많은, 50% 이상의 대학들이 지원하고 혁신모델을 제시한다면 글로컬대학에서 선정되는 전문대가 반드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전문대 간 연합해서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혁신모델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날 연찬회에선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우병훈 전주비전대 총장에 대한 감사패 증정 행사가 함께 열렸다. 박주희 총장과 우병훈 총장은 각각 소속 대학에서 그간 기획처장 등 핵심 보직을 수행하며, 대학발전은 물론 국내 고등직업교육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소속 대학 신임 총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박주희 총장은 “총장이 된 후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를 한 가지만 꼽자면 ‘커넥트(연결, connect)’를 택하고 싶다”며 “우리 대학, 우리 전문대,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연결하고자 한다. 요즘 전문대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우리가 참된 교육, 제대로 된 교육을 잘할 수 있다면 전문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병훈 총장도 “라이즈 도입 등 새로운 대학지원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문대 전체가 똘똘 뭉쳐서 함께 노력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도 지자체장, 담당 공무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줄 때 중요성·필요성·당위성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지역 내, 지역·권역별 전문대가 함께하는 노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찬회에선 △김태경 교육부 청년장학지원과장의 ‘대학 등록금·국가장학금 정책 방향, 의견수렴’ △곽진희 전라남도 대학혁신추진단 대학지원팀장의 ‘전남(시범지역)형 라이즈 추진 기본계획’ △최준영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원장의 ‘4주기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의 개관과 평가인증 기준’ △이석호 한국방송통신대 기획처장의 ‘전문대학-방송대 연계협력을 통한 한국어교육 프로그램 활용과 개발계획 안내’ △김성중 안산대 교수의 ‘사립전문대학의 사립대학 재정진단 시뮬레이션 결과와 지표 개선 방안’ 등 특강 발표가 진행됐다.